그동안의 행복 연구는 질병(코로나), 일자리, 농촌과 도시, 아시아 등 매년 행복과 연관된 주제들을 선별해서 각 지역의 특성과 차이, 그리고 인류애 등을 반영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 보고서는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넘어 인간 개인이 느끼는 본질적 행복은 무엇이고, 개인의 보편적 행복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언론에서는 한국이 146개 나라 중 59위로 행복 순위가 낮고, 중국보다는 높고 일본보다는 낮다는 등 순위 비교에 집중한다. 이렇게 순위나 숫자에 집중하다 보면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것들을 놓칠 수 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한지에 대한 연구이긴 하지만, 한국에 사는 사람이 일본에 사는 사람보다 덜 행복하고, 중국에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세계행복보고서를 통해 살펴야 할 것은 행복 순위는 아니다. 전 세계 행복의 흐름과 연구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떤 기준과 척도로 행복을 측정하고 있는지, 한국 사회는 어떤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지, 그리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자신만의 방정식으로 정의 내려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해 본다.
첫째, COVID-19로 경험한 인류의 자비심과 신뢰감 확인 :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라는 위기에서 정부를 신뢰하고 사람들 간 신뢰가 높았던 나라들은 코로나 사망률이 낮았고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제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21년에 전 세계적으로 친사회적 활동(기부, 자원봉사 등)이 크게 증가하였다. 인류애는 힘들때 더 발휘되는 모양이다.
둘째, 생물학적 차이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들 연구 : 행복의 30~40%는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고, 나머지 60-70%는 환경적 차이에서 발생한다. 3:7과 4:6의 비율을 크다고 봐야 할지 적다고 봐야할지? 둘다 무시하지 못할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연구가 뇌 연구 발전과 함께 더 증가하고 있는 듯 하다.
셋째, 균형과 조화(평화, 고요)가 행복한 삶에 미치는 영향들 연구 : 균형과 평화는 세계 모든 지역의 만족스러운 삶에 기여한다. 대다수 나라의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삶보다 차분한 삶을 선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과의 휴전 상태로 강대국 사이 긴장감이 높은 한국 사회는 행복의 가치와 다소 멀리 있다고 봐야 할까? 빠르게 변화하고, 역동적인 나라에서는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일까? 개인 성향마다 다를까? 확실한 것은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평온할 때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행복은 개인적이고,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의 영향이 크다. 현재 세계행복보고서의 주요 지표는 1인당 GDP, 기대 수명, 사회적 지원,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관대함, 부패인식으로 총 6개다.
. 1인당 GDP | GDP per capita
. 기대 수명 | healthy life expectancy
. 사회적 지원 | social support
.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 freedom to make life choices
. 관대함 | generosity
. 부패 인식 | perceptions of corruption
6개 지표가 행복의 본질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들 지표를 빗대어 한국 사회를 보면, 어떤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의 GDP는 세계 10위 수준이고, 한국의 기대 수명은 일본, 스위스에 이어 세 번째로 최상위권에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오래 사는 나라인데, 한국은 왜 행복순위에서 낮을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사회적 지원, 관대함 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
한국의 1인당 GDP가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고 국민행복지수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이 일정 정도에 이르면, 타자와의 상대적 비교에 의해 행복감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타자와의 관계나 개인이 놓인 환경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 더 많이 갖는 것보다 왜, 무엇을 위해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 잘 사는 것이 경제적 이슈에만 함몰되면 안 되는 이유다. 각자 자신만의 잘 사는 삶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잘 사는 것의 정의가 모두 같다면, 타인과 구별지으려고 하는 인간 본성상 모두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기대 수명은 길어졌는데, 왜 노인의 자살률은 세계 상위권일까?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오래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행복하게 잘 사는 삶에 대해 우리는 각자 어떻게 정의를 내릴 것인가?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의 삶은 생애주기별로 평온하고 골고루 성취해 갈 수 있는 자기 삶의 목적과 지향점이 있지 않다. 우리는 '일하는 나이'라는 것을 두고, 젊어서 빠르게 성공하길 원한다. 우리는 자신 스스로와 타인을 돌보는 방법에 미흡하다.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 요청하는 데 좀 더 익숙해야 한다.
세계행복보고서의 관점에서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을 돌보는 데 관심이 많고, 흥미로운 삶보다는 차분하고 평온한 삶을 더 선호하며, 삶이 균형잡혀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잘 사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러한 내적인 요인들인 균형, 평화, 평온, 차분함, 돌봄, 조화에 당신의 행복한 삶이 달려 있는 줄도 모른다. 한국 사회가 행복감이 낮은 것은 아마도 이러한 내적인 삶의 균형과 사회와의 조화가 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아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것은 어떨까?
• 균형 : "일반적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 평화 : “일반적으로 삶에 평화를 느끼십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 평온 : “어제 하루 중 많은 시간 동안 조용하고 평온한 감정을 경험하셨습니까?”
• 차분함 선호 : “흥미로운 삶을 살 것인가, 차분한 삶을 살 것인가?”
• 자기-타인 우선순위 : “사람들이 자신을 돌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