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자료를 보고 두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1.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한국의 커뮤니티 질이 낮아졌을까?
OECD는 한국의 커뮤니티 질이 낮은 이유를 젠더 불평등과 소득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경제 수준은 나아지고 있으나 양극화는 심해지고, 교육수준은 높으나 일하는 시간은 길고 남녀 간 갈등은 심하다.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을, 존중감보다는 배타적 적개심이 함께 자라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로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는 오히려 낯설다.
2. 1인 가구로 살면 사회적 네트워크로부터 고립될 확률이 높을까?
1인 가구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잘 사는 유럽 국가는 1인 가구 비중이 높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2021년 1인 가구 비중은 각각 40.7%, 45.6%이다. 독일 40.6%(2020년 기준), 미국 36.2%(2020년 기준), 일본 34.5%(2015년 기준)도 1인 가구가 대세다. 중국은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해서 가구 수만 9200만 가구에 달한다.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은 데도 사회적 지지가 한국만큼 낮지 않다. 오히려 개인 삶이 더 풍요롭고 다채로워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하지만 한국의 1인 가구 정책은 사각지대다.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사회 정책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한국 사회의 사회적 지지가 약한 것은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경제적, 정신적 지지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집단적 사고가 다른 이들을 배척해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 아닌 타자에 대한 성찰과 자기 인식을 통해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인의 정치 참여는 높으나, 자기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가 아닌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이전에 이미 홀로 존재한다.
인간의 욕망은 개인의 수만큼 다채롭고 풍요롭다.
자기 편견 속에 타인의 욕망을 가두지 말고,
개개인의 다름 속에 자기 인정을 두자.
불만을 표출하기 보다는 불편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지지하는 만큼 타인의 삶을 지지하기를.